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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북(Green Book)>

그린북(GreenBook)의 뜻

미국의 가장 첨예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인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우정, 그리고 예술의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영화 그린북의 역사 배경 설명 해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영화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린북이라는 제목은 1930년대에 출판되었던 여행 가이드북인 흑인 운전자들을 위한 초록색 책이라는 제목에서 일부 따왔다고 합니다. 1930년대에 이제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니까, 비즈니스 목적으로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하는 사람 역시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할 수가 없던 시대이기 때문에 자기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대한 숙박, 음식점 정보, 또는 주유소라든지 휴게소의 위치를 갖다가 알려주는 책들이 굉장히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aaa라는 회사가, 또 프랑스에서는 타이어 회사인 미셸랑에서 출판하는 디드베 초록색 가이드라는 책이 굉장히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흑인 운전자들은 이런 일반적인 백인들을 위해서 만든 가이드북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당시 미국에 많은 호텔이나 음식점, 주유소, 휴게소, 심지어 화장실까지도 백인 전용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가 많아 흑인들이 이런 보편적인 가이드북을 가지고 찾아갔다가 길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아니면 배를 굽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또 지자체별로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한 인종차별적 법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흑인 운전자가 백인 운전자가 탄 차를 추월하면 안 된다라는 법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법을 어겼을 경우에 굉장히 가혹한 형량을 받거나 심지어는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흑인들은 그들이 주의해야 되는 것들, 또 흑인들이 입장할 수 있는 업소들을 리스트 한 가이드북이 따로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흑인 운전자들을 위한 초록색 책이라는, 이 영화의 제목이 되는 가이드북이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

영화는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싸움이 벌어지며 시작됩니다. 지배인이 명령하자 클럽의 해결사 토니 발레롱가가 나섭니다. 그렇게 오늘도 난동 손님을 대처하던 토니는 클럽이 두 달간 문을 닫자 실업자가 됩니다. 토니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에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만 합니다. 지인의 소개로 운전사 면접을 보러 온 토니 면접 장소에 으리으리함에 살짝 놀랍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흑인 클래시컬 피아니스트인 닥터 셜리가 미국의 내륙 공연 투어를 위한 운전사를 뽑는 중이었습니다. 평소에 흑인을 멸시하던 토니는 제안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토니의 수안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은 셜리는 토니의 아내를 설득하여 토니를 고용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제 8주간의 불편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8주 동안 함께해야 하는데 맞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거듭하며 초청을 받고 공연을 하러 온 것임에도 비상식적인 차별을 받는 셜리를 보며 평소 흑인을 멸시하던 토니의 생각도 점점 변화합니다. 그리고 공연 장소를 이동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모습이 차가운 차별 속에서 영화를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흑인 클래시컬 피아니스트인 닥터 쉘리가 미국의 내륙에 공연 투어를 다니면서 겪는 인종차별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셜리 박사도 분명히 뉴욕에서도 인종차별을 경험했겠지만, 그 미국 내륙의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정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런 지리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미국의 정치와 문화는 해안과 내륙으로 나뉜다라는 말을 이해하면, 이 영화를 훨씬 더 의미 있고 깊게 볼 수가 있을 겁니다.

 

미국 해안과 내륙의 인종차별

미국의 해안은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같은 동네들이 있습니다. 그 동네들은 오랫동안 이민자들이 몰려와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많은 민족과 언어, 그리고 종교가 섞이는 과정을 경험했던 도시들입니다. 물론 그 안에도 인종차별도 있고, 각 민족을 대표하는 마피아들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경쟁도 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민족들과 공존하는 전통에 조금 익숙해져 있는 도시였습니다. 그에 비해서 미국의 내륙, 특히 남쪽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다른 인종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동네는 전통적으로 유럽의 귀족들의 기호품인 담배나 목화 같은 걸 재배해서 수출하는 것으로 생활하던 동네들입니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의 노동력을 제공하던 사람들은 대체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모든 인격을 박탈한 상태로 무임금으로 부려먹는 흑인 노예들이었습니다. 이 남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노예를 핍박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언제 이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킬지에 대해서 항상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공포를 가지고 있던 만큼, 반란의 싹을 완전히 죽이기 위해서 굉장히 잔혹한 방식으로 노예를 다뤘습니다. 
이런 다른 인종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이 있긴 했지만,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의 인종차별과 미국 남부 내륙의 인종차별은 굉장히 다른 역사를 가지고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노예제도 금지

19세기가 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노예 제도라는 것이 굉장히 원시적이고 미개한 제도다'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으로 노예 제도를 금지시키려는 움직임이 퍼지게 됩니다. 미국도 그 영향을 받아 미국의 북부 같은 경우 그 흐름을 따라가려고 하는데, 미국의 남부는 노예를 지키기 위해서 미국에서 탈퇴를 하게 되면서 미국의 가장 큰 내전인 남북전쟁의 발발 원인이 됩니다. 1865년에 남부인이 패배한 다음에, 1866년에 흑인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법까지 만들어집니다. 근데 그 후로 90년이 지난 1950년대까지 이렇게 인종차별이 심하고 인종차별적인 정책들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북전쟁이 끝나고, 남부 사람들은 흑인들이 참정권을 가지고 투표를 해서 그동안 자신들이 억울하게 당한 것을 보상해 달라고 할까 봐 겁을 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정치 깡패를 조직하여 흑인들이 투표를 하러 가는 것을 제지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집회를 방해하기 시작하면서 흑인들이 투표를 하기 어려운 공포 분위기가 조성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또 랜파덜러 예를 들어서 할아버지가 투표를 한 적이 없으면 너도 투표를 할 수 없다든지, 이 사람이 문맹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되는 법 같은 것을 만듭니다. 흑인 노예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교육을 받았을 리가 없고, 할아버지 또한 노예로서 그 당시 선거권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통해서 흑인들은 거의 참정권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남북전쟁 전에 노예 제도를 옹호했던 남부 민주당원들이 다시 대거 국회로 가게 되고, 링컨의 당이기 때문에 그 흑인과 백인의 평등을 주장하던 북부 정치인들도 남부의 표를 신경 쓰면서 점점 백인 우월주의적인 정책을 지지하게 됩니다.
또 남북 전쟁이 끝나면서 흑인과 백인이 동일해지면, 흑인과 백인들이 서로 연애를 하고 미국 전체가 혼혈이 되어, 백인들이 완전히 사라질 거라는 공포가 남부를 휩쓸게 됩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정치가들이 세그리게이션 로우(Segregation Law)이라고 불리는 법을 통과시킵니다. 세그리게이션 로우(Segregation Law)는 어떤 특정한 거주 지역이라든지, 학교 또는 공공시설, 심지어는 수도꼭지나 화장실 같은 것도 백인 전용으로 지정하여 흑인과 백인이 사교적으로 섞이는 것을 막자라는 법입니다. 여기에 관련돼서는 미국 교과에서도 나오는 유명한 헌법재판, 미국으로 치면 연방 대법원 재판 케이스가 있습니다. 플레시라는 사람이 루이지애나에서 백인 전용 열차칸에 탔다가 소동이 나게 되고, 이 사건이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됩니다. 연방 대법원에서 백인 구역과 흑인 구역을 나누는 루이지애나의 법이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결을 내립니다. 흑인과 백인들한테 동등한 수준의 공공시설이 제공되기만 한다면 그것을 인종별로 따로 제공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남부 주들은 이 인종차별적인 세그리게이션 로우(Segregation Law)를 세퍼렛 이콜 원칙(Separete but Epual)이라고 이름했습니다. 나눠졌지만 동등하다는 것입니다. 즉,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분리를 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미명 하에 좋은 학군이라든지 가장 시설이 좋은 학교들 또는 거주 지역에서 흑인들이 생활을 못하게 되고 좋은 직, 직장에 흑인들이 취직을 못하게 되는 사회적, 경제적 차별이 계속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영화 속 두 가지 트위스트

이 영화에 보면은 인종차별 문제를 갖다가 다루는 데 있어서 두 가지 트위스트를 줍니다. 
첫 번째는 이 닥터 셜리의 신분입니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굉장히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백인들이 흑인들에 대해 술 마시고 놀기나 하지 생산적인 일은 안 하며, 욕설도 많이 하고 무례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근데 여기에 닥터 샬리는 흑인이긴 하지만 백인들이 고급문화라고 인정하는 클래식 음악의 대가이며, 그가 미국 남부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백인들에 비해서 학식도 높고, 매너도 좋고, 말투도 훨씬 더 정제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이 관계를 거꾸로 뒤집어 넣음으로 해서 백인들이 말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실제 차별은 피부색에 인한 차별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나게 한 영화입니다.
두 번째는 그 셀리 박사의 운전사인 발레롱가라는 사람이 백인이기는 하지만 이탈리아계 사람입니다. 이탈리아계 사람들은 대체로 미국에 이민을 와서 교육 수준이 높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많은 차별에 노출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니도 백인이지만 미국 내륙에 가면 100프로 백인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인종차별에 대해서 조금 더 다채롭고 복합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닥터 셜리와 발레롱가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선입견들이 있었습니다. 발레롱가는 흑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교육 수준이 높고 잘난 척하는 문화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또 닥터 셜리 같은 경우에는 거친 이민자 노동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이 같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둘 다 같이 차별에 노출되면서 사람과 사람으로서 대화와 경험을 나누고 인간적인 우정이나 감정을 공유하는 게 중요한 거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편견을 벗어나는 방법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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